 

대(代)를 이어 가업을 이어가는 게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니다. 특히 사람이 직접 손을 사용해 뭔가를 생산하는 1차 산업은 많은 노동력이 요구되며, 자연환경에 직접 의존하는 만큼 생산성의 한계 또한 분명 존재한다. 생산량을 크게 늘리기 또한 어려워 남들은 거들떠보지도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연 그대로의 상태에서 가장 좋은 달걀을 얻을 수 있다는 신념으로 유학을 포기하고 가업 잇기에 나선 청년이다. 올해 27세. 풀먹인자연육추 유정란을 키우고 있는 <유나네자연숲농장> 김태현 씨가 그 주인공이다.
노포(老鋪)란 대를 이어 운영되는 점포를 말하는데 수십 년 이상의 비법이랄까 경험이 쌓여 있다는 점이 경쟁력으로 작용한다. 비록 식당들이 대부분이지만 <유나네자연숲농장>에서는 이에 못지 않는 확고한 철학과 가치가 담긴 건강한 유정란을 생산하고 있다. 무엇보다도 자연 그대로의 상태에서 가장 좋은 달걀을 얻을 수 있다는 아버지의 신념을 이어받아 평사(닭을 풀어놓고 사육) 방식만을 철저히 고수한다. 유전자변형농산물(GMO) 사료, 항생제·성장촉진제·스트레스·인공수정·인공가온·창문없는 밀폐식사육 시설과 케이지(쇠창살) 등이 없이 닭을 키운다는 것이다.
윤리 축산을 표방… 올해 매출 목표 12억 원
김태현씨는 부모님의 반대를 무릎쓰고 가업 잇기에 적극 나서고 있는 젊은이다. 어느 부모를 막론하고 자식이 잘되기를 바라는 것은 한결같은 마음일 것이다. 집안에 막내인 김태현 씨는 조기에 뉴질랜드로 유학을 떠나 중·고등학교에 이어 유니텍대학에서 공부했다. 1학년을 마치고 군 복무 때문에 귀국해서는 제대후 가업을 잇고자 아예 한국에 눌러앉아 버린 것.
부모님께서는 대학교 졸업이라도 하고 돌아오라고 말렸지만 자식 이기는 부모가 없다고 했던가! 아들이 적극적으로 농장 일을 배우고자 나서자 아예 연천에 1만578㎡(3,200평) 부지를 구입해 새롭게 농장을 조성한 것이다. 이곳에서 아들은 경영수업을 받고 있다.
김태현 씨의 하루 일과는 아침 8시부터 시작된다. 하루 4차례에 걸쳐 산란장에서 계란을 직접 꺼내고 계란 포장 및 발송을 돕는 일은 기본! 아버지로부터 사료 배합을 통해 난각(계란 껍질)의 상관관계 등 디테일한 부분까지 노하우를 배우고 있는 중이다.
옥수수 사료만 투여하는 기존 양계장들과 달리 농장에서 직접 재배한 무공해 풀이며 사료를 먹이다 보니 일이 서너 배가 많다.
황금비율로 배합하는 사료부터가 다르다. 쌀겨, 미강, 산야초, 통현미, 통밀, 통보리, 청치, 건새우, 멸치, 난각, 비지, 황토, 과일, 숙성볏짚, 천일염 등 유해 물질 없고 불포화 지방산과 필수 영양소가 풍부하며 유전자를 변형시키지 않은 NON-GMO 곡물을 조합해서 먹인다. 성장촉진제·항생제 투여를 원천 배제하고 닭의 생태 주기에 맞춘 평사 사육 환경에서 자연 방사 방식으로 닭을 기르고 있다.
그 닭이 낳은 유정란은 콜레스테롤 수치가 낮고 오메가6와 오메가3 지방산 비율이 최적 상태를 유지하는 것이 자랑이다. 그 탓에 환자들의 건강식으로 찾는 사람 또한 많다.
현재 전국 5000여 가구에 건강을 선물한다는 신념으로 정기 배송 서비스를 진행하고 있다. 시중 계란보다 2~3배 비싸지만 품질을 우선시하는 소비자들의 호응에 힘입어 꾸준히 회원이 늘고 있다. 올해 먹표 매출은 약 12억이다.
이를 위해 농장경영은 물론 고객 관리에 이르기까지 배울 점이 너무 많다.
돈 욕심을 낸다면 닭을 더 많이 키우는 게 맞지만, 적당한 규모로 키워야 모든 게 스트레스가 없지 않겠냐고 반문한다. 부모 세대와는 달리 SNS를 통한 홍보에도 관심이 많다.
김태현 씨가 가장 보람을 느낄 때는 계란을 받아본 고객들의 반응을 보내올 때다. 평소 알레르기에 민감하신 분들이 “너무 감사하다”고 연락을 주셨을 때, 그리고 농장 직접 찾아와 “이렇게 계란을 키우는 농장은 처음 봤다”고 말할 때다.
유나네 자연숲농장 유정란은 아토피 있는 분, 병원에 있는 환자들도 먹을 수 있는 계란으로도 유명하다.
근래 들어 연천 농장으로 나들이 삼아 방문후 계란을 직접 사가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 계사를 견학하려면 ‘드레스 코드’를 따라야 한다고 강조한다. 짙은 향수 뿌린 사람, 선글라스(빛이 반사), 붉은색 옷(흥분할 수 있다), 챙이 넓은 모자(사람이 크게 보여 위협적), 하이힐(굉음)은 금기다.
일주일에 한번 교회(세계로금란교회) 예배 참석하는 것이 유일한 외출이다. 저녁이면 취미로 캐릭터 일러스트를 그리고 있는데 수준급이다. 도심에서 벗어난 외진 곳에 떨어져 지내다 보니 뭇 여성들을 만날 기회조차 없는 게 아쉽다. 하지만 언젠가는 자신이 생산한 계란으로 빵을 만들어 베어커리 카페를 함께 운영해 나갈 여성을 만나고 싶다고.
이상형이 어떤 타입이냐고 묻자 “위아래로 다섯 살 차이는 가능합니다. 탤런트 하지원처럼 눈이 큰 여자가 좋아요”라며 활짝 웃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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