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단통법)의 핵심 내용인 휴대전화 구입 지원금 상한제를 조기 폐지하는 방안이 추진된다. 다만 여야 입장이 엇갈려 실현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9일 정치권과 방송통신위원회에 따르면 방통위는 휴대전화 구입 지원금 상한을 출고가 수준으로 올릴 수 있도록 규정을 개정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다음주 전체회의에서 공식 안건으로 논의할 가능성이 거론된다. 앞서 새누리당 심재철 의원은 20대 국회에 지원금 상한제 철폐를 골자로 한 단통법 개정안을 발의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구체적으로 방통위는 ‘이동통신단말장치 지원금 상한액에 관한 규정’ 중 지원금 상한을 현행 25만~35만원에서 ‘50만~60만원’ 또는 ‘단말기 출고가 이하’ 등으로 높이는 방안을 내부 검토하고 있다. 만약 ‘출고가 이하’로 지원금 상한이 조정된다면 신형 휴대전화도 통신사 재량에 따라 지원금을 책정할 수 있게 된다. 2014년 10월 시행된 단통법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지원금 상한제가 2년을 채우지 못하고 시행 이전으로 돌아가게 되는 것이다. 애초 시행 3년 후인 내년 10월 자동으로 없어지는 한시 규제인데, 1년여가량 앞당겨 폐지 수순에 접어들게 된다.
심 의원은 지난달 말 지원금 상한제 폐지, 새로운 단말기 구매 시 대리점·판매점에서 지급하는 유통망 지원금 상한제 폐지, 이용자에게 지급되는 지원금을 이동통신단말장치 제조업자와 이동통신사업자로 분리 공시할 것 등을 담은 개정안을 제출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단통법 시행 이후 상황을 보면 출고가와 할부원금이 낮아지지 않아 소비자의 부담은 줄지 않은 반면, 이통사들의 영업이익만 증가했다”고 평가했다.
방통위의 지원금 조정 검토는 청와대와 새누리당의 요청에 따른 것으로 알려졌다. 침체한 이동통신 시장을 살리고 경기를 활성화하려면 규제를 풀어줄 필요가 있다는 논리다. 애초 단통법은 과잉 지원금 경쟁으로 시장이 혼탁해지고 단말기와 통신 요금이 치솟는 상황을 개선하고자 도입됐지만 ‘통신 요금 안정에 기여했다’는 긍정적 평가와 ‘경쟁을 무리하게 억눌러 시장이 침체되고 소비자 혜택을 없앤다’는 비판이 엇갈리고 있는 상태다.
정부의 개정 움직임은 그간의 입장에서 급선회한 것으로 해석된다. 정치권의 외압으로 해석될 여지가 있다. 그동안 정부는 가계통신비 인하와 알뜰폰 활성화 등의 성과를 단통법의 결과로 해석하면서 지원금 상한제와 관련한 개정의 신호를 주지 않았다. 방통위 관계자는 “그동안 단통법과 관련한 다양한 의견을 수렴해서 수시로 개선해 나가겠다는 것이 기본 입장이었다”며 “지원금 관련 내용도 그런 개선 사안의 하나로 검토되고 있는 것으로, 구체적 일정이 나온 것은 없다”고 해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