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정서 호소…윤락녀 화대 가로챈 전과 있어 ‘구속’
“딸이 항암 치료를 받았지만, 결국 암이 폐에 전이됐습니다. 의학적으로는 소생시킬 방법이 없어 그저께 퇴원시켰습니다.”
지난달 27일 오후 서울북부지법에서 피고인석에 선 무속인 강모(55)씨는 침통한 표정으로 이같이 말했다. 그의 곁에 선 아내 김모(57)씨는 “(강씨에게 실형이 선고되면) 딸은 아버지를 보지도 못하고 갈 수도 있다”며 울먹였다.
법원에 따르면 강씨는 작년 6월 피해자 성모씨에게 “딸의 치료비가 부족하니 5천만원을 빌려주면 이른 시일 내에 갚겠다”며 세 차례에 걸쳐 총 5천여만 원을 받고 갚지 않은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아내 김씨 역시 “상가(喪家)에 가야 하는데 상복이 없으니 백화점에서 카드 결제를 해 달라”며 성씨 남편의 신용카드로 약 250만원을 결제하고 갚지 않은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조사 결과 부부에게 투병 중인 딸이 있는 것은 사실이었다. 딸 강모(28)양은 2012년 5월 설암 4기 판정을 받고 시한부 삶을 살고 있었다. 강양은 이후 혀 절제 등 세 차례 수술을 받아 말을 할 수 없고, 물만 겨우 마실 수 있는 상태였다.
강씨는 한때 도봉구 창동에 있는 형의 아파트에 법당을 차려놓고 월 500만원의 수입을 올리던 무속인이었다. 피해자 성씨가 선뜻 거액을 빌려준 것도 ‘강씨가 사람의 성격, 자녀문제, 평소 고민 등을 정확히 맞추는 신통력이 있다’고 믿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강씨는 딸의 암 발병 후 간병에 몰두하느라 경제적으로 어려워졌다.
설상가상으로 딸은 최근 암이 폐와 뼈로까지 전이돼 의학적으로는 더는 손을 볼 수 없어 지난 25일 퇴원했다. 이들의 사기 혐의는 분명했지만, 실형이 선고되면 딸이 마지막을 부모와 함께할 수 없다는 점이 재판부의 고민이었다.
그러나 서울북부지법 형사8단독 오원찬 판사는 이날 강씨에게 실형인 징역 6월을 선고하고 법정구속했다. 아내 김씨에게는 벌금 50만원이 선고됐다.
무속인이라는 강씨가 과거 서울에서 성매매 업소를 운영했을 뿐만 아니라 2005년에는 성매매 여성 3명으로부터 화대 1억2천여만원을 가로채는 등 여러 건의 전과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오 판사는 “암 투병하는 딸을 둔 아빠를 구속하는 입장에서 안타깝게 생각한다”면서도 “피해는 명백하지만 손해를 회복하려는 노력이 없고, 아내와 함께 성매매 업소를 운영할 때 사기로 처벌받은 전과가 있다”며 양형의 이유를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