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나네 자연숲농장 김성중·태현 부자
연천군 왕징면에 산기숡에 자리한 유나네자연숲농장은 자연 육추(育雛· 병아리 기르기) 방식으로 닭을 사육해 친환경 유정란을 생산하고 있다. 일반 양계장처럼 공장식 케이지(쇠창살)가 아닌 평사(닭을 풀어놓고 사육) 방식으로 키우다 보니 이른 새벽부터 늦은 밤까지 잠시도 쉴틈이 없다. 그 힘든 노동일을 10년 넘게 묵묵히 해왔던 아버지 김성중 대표(63세).
비록 사업 실패로 양계 일을 시작했지만 자식에게는 결코 물려줄 생각이 없었다. 3녀 1남의 자식을 뒀는데, 둘째 딸 유나만 부모님 곁에 남고 일찍이 뉴질랜드로 유학길에 올랐던 것. 그러던 중 하나뿐인 막내아들이 군복무를 위해 귀국했다가 가업 잇기에 나선 것이다. 올해 스물일곱인 김태현이 그 주인공이다.
400억 매출 부도 후 양계로 재기
아버지 김성중 대표는 전남 장성의 "깡촌"이 고향이다. 농업고를 졸업후 서울 을지로 인쇄골목에서 5년 넘게 일했다. 인쇄소에 잠시 눈을 붙여가며 밤낮없이 일했지만 돌아오는 것이라곤 늘 욕설 뿐. 돌이켜보니 그곳은 사람 살 곳이 아니었다. 당시 서울 성수역 인근에 누이와 살고 있던 그는 직장을 그만두고 6개월 동안 “바닥에 허리가 붙이면 죽는다”라는 생각으로 공부한 끝에 높은 경쟁률을 뚫고 농협대학교에 입학할 수 있었다.
농협대학교를 졸업한 후 곧장 고향으로 발령받아 갔지만 기쁨도 잠시뿐. 조합장의 불합리한 결정에 멱살을 잡고 싸우기까지 하다 결국 퇴사했다. 그리고 서울로 다시 올라와 시작한 일이 건강식품 유통 판매 회사의 CEO. 당시 전국 방방곡곡을 찾느라 하루 7차례 비행기를 탄적도있다. 연매출 400억원을 올릴만큼 동종 업계에서는 유명 인사였다. 하지만 회사를 잘못 인수하는 바람에 부도를 맞이한 것. 회사를 살리기 위해 아내의 카드빚까지 내가면서 버티는 바람에 그야말로 쫄딱 망한 것! 햇볕 보는 것이 싫어 몇 달동안 지하 찜질방에 쳐박혀 지냈는데
3년동안 거의 세상 밖으로 나오지 않았다.
당시, 김성중 대표는 아빠로써 가장으로써 도리를 다하지 못한 것이 지금도 후회스럽고 미안할 뿐이다. 그래서 손가락 끝마디가 휘도록 일을 한지도 모른다.
당시, 뭔가는 해야겠다는 생각에 찾아간 곳이 농협대학 동기 지인들이었다. 그곳에서 농협 대출상담사라는 일을 하면서 수수료를 챙길 수 있었던 것, 그 돈을 종잣돈 삼아 양계와 블루베리 농사를 계획하고 수도권 일대를 둘러봤는데 그때가 2013년 2월. 경기도 고양시 원당동에 터를 잡았다.
유나네 자연숲 농장, 3無 3有란
유나네 자연숲 농장 계란은 3무 3유 계란으로도 널리 알려져 있다. ‘3무(無)란 GMO 옥수수, 항생제, 산란(성장) 촉진제다. 대신 3유(三有)란 닭에게 먹이는 것 세 가지로 토착미생물, 청초(청초액), 100% NON-GMO 자가사료 등이다.
보통의 양계장에선 병아리 때부터 항생제를 먹인다. 또 창문이 없는 밀폐 사육공간에서 산란율을 높이려고 밤새 조명을 켜서 잠을 안 재우지만 유나네 자연숲 농장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다. 현재 3,200평 부지에 120평 계사 4동을 지어 총 양계 4,800수를 자연육추 방식으로 기르고 있다. 공장식 케이지양계라면 10만 마리도 넘게 들일 면적이지만 한 동에 1,200마리로 양계장의 밀도를 낮춰 자유롭게 뛰어다니며 자랄 수 있게 한다.
이 농장 닭들은 <이 세상에서 가장 건강하고 행복한 닭>이다.
동물복지 인증마크 거부, 윤리축산
마트 계란 코너에 가면 무항생제, 동물복지, 왕란, 특란, 1등급, 햅섭 등 다양한 인증마크가 서너개씩 붙어 있다. 근래 들어 동물복지 인증 달걀이라는 말도 사용하지만 김성중 대표는 이를 단호히 거부한다.
“동물복지에서 얘기하는 것으로 따지면 (동물복지 산란계농장 인증기준에는 바닥면적 1㎡당 9수 이하의 사육밀도를 요구하고 있다) 3.3㎡(1평)로 환산하면 27마리까지 키울 수 있습니다.”
이 정도면 닭들이 움직일 수 있는 공간이 거의 없다고 했다. 동물을 위하는 동물복지가 전혀 아니다. 유나네 자연숲농장에서는 동물복지에서 제시하는 기준에 1/3 수준인 평당 8~9마리 길러 ‘윤리축산’을 실천하고 있다.
무항생제인증 기준은 항생제를 첨가하지 않은 사료를 먹이는 것이지만, 항생제를 의약품 용도로 사용했다고 하면 상관없다. 있으나 마나 한, 유명무실한 제도라는 것이다. 그래서 유나네자연숲농장에서는 ‘윤리 축산’이라는 말을 만들어 사용 중이다.
김성중 대표는 닭을 인격체로 대하며 심리적으로 안정된 공간에서 알을 낳도록 환경을 조성하고 있다. 하지만 일부 공장식 케이지양계장에서는 닭 한 마리가 하루 1개 이상 알을 낳게 한다. 산란율을 높이려고 밤새 조명을 밝혀 잠을 안 재우거나 인위적으로 유정란을 얻기 위해 주사기로 암탉에게 수탉 정액을 주입하기도 한다. 계란은 낳자마자 컨베이어 벨트로 실어내 뒤돌아보는 순간 어디론가 사라지고 만다. 말 못하는 닭이지만 ‘내 아이를 낳으면 또 없어질 것’이라는 스트레스 혹은 트라우마에 갇혀 알을 품지 않도록 한다. 닭이 스트레스를 받으면 산란과 면역에 영향을 미쳐 알에도 독성물질이 쌓인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사람이 환하고 시끄럽고 개방된 분만실에서 편히 출산할 수 없듯 닭에게도 적당히 높고 어둡고 독립된 산란실이 필요해요. 산란상자에서 계란을 꺼낼 때는 꼭 한두 개 남겨둡니다. 암탉은 다른 닭이 낳은 알을 품은 채 알을 낳기 때문이죠"
계란은 이틀 낳고 하루 쉴 수 있도록 먹이를 조절하는 등 윤리축산을 향한 그의 노력은 끝이 없다. 그렇게 낳은 계란은 어떤 맛일까. “불포화지방산 덩어리에다 날것으로 먹어도 비린 맛이 전혀 없습니다. 콜레스테롤 역시 기존 계란의 3분의 1 수준이라 건강식으로 그만입니다.”
유나네자연숲농장에서 생산되는 유정란은 한마디로 콜레스테롤 수치는 낮고 오메가6와 오메가3 지방산 비율이 최적 상태를 유지해 환자들의 치유식으로도 인기다. 한때 서울 유명 백화점에서 입점 판매도 해봤지만 풀먹인자연육추 유정란에 대해 소비자들의 이해도가 너무 낮아서 '직거래' 방식만을 고집하고 있는데 이를 통해야만 자신이 애써 키운 계란의 차별성에 대해 그 진심을 전달할 수 있기 때문이다.
가업을 물러 받기 위해 유학 포기한 막내 아들
유나네자연숲농장을 고양에서 연천으로 옮긴 주된 이유 중의 하나는 아들이 가업을 잇겠다고 나서면서부터다. 뉴질랜드에서 손에 꼽히는 유니텍 대학에서 유학 중이던 아들이 1학년을 마치고 군 복무 때문에 귀국했다가 한국에 아예 눌러앉아 버린 것.
자식 이기는 부모 없다고 아들의 의지를 꺾을 수가 없었다.
현재 아버지로부터 닭사료 배합부터 고객 관리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업무를 배우느라 여념이 없다.
당일 오전에 수거한 계란을 당일 오후 우체국 택배로 일괄 발송하는데 계란 영양분을 한눈에 알 수 있는 검사 성적서를 동봉하는 일도 그의 몫이다.
어린 나이에 해외 유학을 떠난 탓에 인적이 드문 산속 농장 생활이 더없이 무료하게 느껴질 수 있지만 농장 경영 업무가 익숙해지면 자신이 생산한 계란으로 국내 최고의 베이커리 숍을 운영할 계획을 갖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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