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란이 본 ‘부정 청탁 및 금품 등 수수 금지법’
‘부정 청탁 및 금품 등 수수 금지법’(일명 김영란법)의 제안자인 김영란 전 국민권익위원회 위원장이 10일 서강대에서 기자회견을 통해 법안 통과에 대한 입장을 처음으로 밝혔다. 지난 3일 국회 본회의 의결 뒤 1주일 만이다. 예상대로 김영란이 보는 일명 김영란법이 당초의 취지를 크게 벗어났다는 주장과 함께 이같은 발언을 둘러싼 법조계의 반박이 국회의 법개정과 헌재의 결정 등 앞으로의 험난한 과정을 예고해주고 있다.
그는 자신이 현직에 있던 2012년 8월 발의한 법안이 만 2년 7개월 만에 통과된 데 대해 “처음부터 엄청난 저항에 부딪혔던 법이 여기까지 온 것만도 기적 같은 일”이라고 했다. 그러나 “원안에서 후퇴한 부분이 있어 ‘반쪽 법안’만 통과됐다고 생각한다”면서 국회에서 처리된 과정과 내용을 비판했다.
김 전 위원장이 자신의 이름이 붙은 이 법안을 ‘반쪽‘이라고 한 가장 큰 이유는 원안 중 ‘부정 청탁 금지’와 ‘금품 수수 금지’만 통과되고 ‘공직자 이해 충돌 방지’ 부분이 빠졌기 때문이다. 또 ‘100만원을 전달하는 행위를 국회가 ‘부정 청탁’의 개념에서 제외한 데 대해 “원안에 없던 내용으로, 국회의원 등이 이권과 인사를 청탁하는 ‘브로커화(化)’를 용인하게 될 수 있다”고 했다.
김 위원장은 법 적용 대상을 공직자에 한정했던 원안과 달리 국회에서 언론사·사립학교 교원까지 확대한 데 대해 “뜻밖이었고, 깜짝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고 했다.
김영란법을 안착시키려면 우선 위헌 논란을 해소해야 한다. 위헌 논란의 쟁점은 사립학교 교원과 언론인을 포함시킨 것과 공직자가 배우자의 금품 수수사실을 신고하도록 한 조항 등이다. 김 전 위원장은 두 가지 모두 “위헌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했다. 반면 변협은 이 대목이 위헌이라고 주장하면서 위헌소송을 제기했다. 헌법재판소가 결정을 미룰수록 국가적 혼란은 커질 수밖에 없다. 헌재는 신속히 결정을 내려야 한다.
미국 뉴욕타임스는 김영란 법이 “뇌물이 오랫동안 문화의 일부였던 한국적 풍토를 바꾸려는 획기적 사건”이라고 보도했다. 외국이 부러워하고 높게 평가하는 김영란법을 건강하게 키워야 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