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급속한 고령화와 함께 치매노인이 20년마다 2배씩 급증하는 추세 가운데 서울시가 주거환경 변화를 통해서 어르신 치매의 속도를 늦추고 더 나아가 치매를 예방할 수 있는 가이드북을 국내 최초로 내놨다.
예컨대, 실내 조명은 밝게 하고 조명 스위치와 전기 콘센트를 쉽게 알아볼 수 있도록 벽지와 색채 대비를 둔다. 수납장 안에 어떤 물건이 있는지 알기 쉽게 그림이나 표지를 붙여두고, 이때 글보다는 그림이나 사진을 활용하는 것이 좋다.
치매가 진행되면 거울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더 이상 인지하지 못해서 거울이 두렵게 다가올 수도 있다. 이럴 땐 화장실 거울을 블라인드로 덮어두면 함께 사는 가족에게 큰 불편을 주지 않으면서도 인지 건강이 약한 어르신의 문제를 해결할 수도 있다.
열쇠, 안경, 돈, 지갑처럼 중요한 물건은 항상 같은 장소에 둔다. 추억이 담긴 친숙한 물건이나 액자 등을 놓아 정서적 안정감을 주는 것도 좋다.
이밖에도, 화투, 책, 퍼즐, 악기 같이 인지능력을 유지하는데 도움이 되고 즐거운 놀이가 될 수 있는 것들을 눈에 잘 띄는 곳에 둔다. 화장실에는 변기와 욕조 옆에 핸드레일을 설치하고, 목욕이나 샤워할 때 편하게 앉을 수 있도록 손잡이가 있는 의자를 둔다. 부엌에는 칼이나 가위처럼 날카로운 도구를 찬장 안에 잘 넣어두고 치매가 진행되면 잠금장치를 해두어 쉽게 접근하지 못하도록 한다. 가능하면 가스레인지를 전기레인지로 교체한다.
서울시는 이와 같은 내용으로 「인지건강 주거환경 가이드북」을 제작, 온오프라인으로 보급해 치매 어르신은 물론, 인지능력이 약해지기 시작하는 일반 어르신을 모시는 가정에서도 집 안팎의 작은 변화만으로도 치매를 대비하고 인지건강을 향상시킬 수 있도록 돕겠다고 밝혔다.
해외 사례를 보면 예컨대 영국은 치매서비스개발센터(Dementia Service Development Center)를 두고 디자인 가이드라인, 가상 홈케어 등 집에 적용할 수 있는 치매 친화적인 서비스디자인을 제공하고 있다.
특히, 가이드북에 담긴 아이디어들은 실제 치매고위험군(독거), 치매가정(부부)에 적용해 주거환경 변화에 따른 대상자들의 인지건강 변화를 6개월에 걸친 분석을 통해 효과가 입증됐으며, 누구나 쉽게 이해하고 따라할 수 있도록 간결한 설명과 그림, 적용 전후 사진 비교 등 사례를 위주로 구성한 것이 특징이다.
서울시 광역치매센터에 등록된 재가 치매 환자의 62.7%(‘14. 12월 기준)는 시설이 아닌 집에서 치료‧요양 중이고, 전문 간병인이 아닌 가족이 간병을 하고 있어 전문지식이 부족한 가족의 간병 부담이 커짐에 따라 살인, 자살 등이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또, 치매에 대한 부정적 인식과 두려움 때문에 치료시기를 놓쳐 병이 더 악화되거나 고립으로 인한 고독사 등 또 다른 사회문제도 야기되고 있는 실정이다.
시는 시설입소 대신 어르신들이 많은 시간을 보내는 익숙한 집에서 적절한 주거환경 개선이 이뤄질 경우 치매를 늦추거나 예방하는데 효과적일 것으로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25개 구청과 자치구 치매지원센터에서 관심 있는 시민 누구나 찾아볼 수 있으며, 서울시 및 서울시 광역치매센터 홈페이지에서 e-book으로도 볼 수 있다. 구매를 원하는 시민을 위해 시민청 서울책방과 연계 판매처로 등록된 일반서점 16곳에서도 구매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또, 한국치매케어학회와 노인연구정보센터에서 제작을 후원해 관련 공공기관·협회·학회 등을 통해서도 2,000부를 확대 배포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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