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담위원 최은주
대상자 S는 2015년 7월, 동네 편의점의 담배 진열대에서 몇 갑의 담배를 절취하여 6회의 상담 조건부 기소유예처분을 받았다.
S를 처음 보았을 때는 큰 키와 몸집이 있어 고등학생 같아 보였지만, 중학교 3학년 남학생으로 얼굴이 앳되어 보였다.
상담시간을 정할 때 학교 수업이 끝난 후 상담을 받길 원하여서 4시 40분이 다 되어서야 교복이나 체육복을 입고 숨을 헐떡이며 상담실로 들어왔다. 약속한 시간 내에 도착하지 못하거나 학교 일정으로 인해 오지 못할 경우가 생기면 미리 전화를 해서 시간을 바꾸곤 하였다.
상담실 선생님들이 모두 칭찬할 정도로 고개를 깊이 숙여 인사를 하는 등 예의가 바른 학생이었다.
S의 가정환경은 2남1녀의 평범한 가정에서 단란하게 지내던 초등학교 3학년 때 어머니가 암으로 돌아가시고 연이어 키워주시던 할머니마저 돌아가심으로써 갑자기 혼란을 겪기 시작하였다. 이시기에 아버지의 사업마저 기울어지면서 아버지는 자녀들을 전과 같이 보살피지 못했고, 큰 형은 그 당시 고등학생이었으므로 학업으로 인해 바빴으며, 중학생이었던 누나는 S보다 더 많이 방황의 시기를 겪었다.
보호자의 부재로, 위로를 받고 보호를 받아야할 초등학교 시절을 혼자 보냈다.
주로 책을 읽거나 기르는 화초와 이야기 하는 등 스스로 별 탈 없이 조용하게 지냈다고 했다. 자신이 중학교에 진학하면서부터 어렵게 시작한 아버지의 치킨 집을 돕기 위해 누나와 S는 토요일이면 아침부터 새벽1시까지 그곳에서 일을 했다. 그러다보니 어린 마음에 친구들과 같이 놀 수 없다는 불만과 불평이 쌓여 그릇된 일을 저지르게 되었다고 한다. S는 상담실에 다녀간 날부터 학교와 집만을 오가며 같이 놀았던 친구들과도 만나지 않고 공부에 집중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자신이 한 일을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자신의 행동이 후회스럽다고 했다.
중학교 1학년 때부터 포항에 있는 포항제철공업고등학교로 진학을 정해 공부했기에 학업에 충실하고 성적도 상위권이었지만, 지금 ‘여기’ 이곳을 벗어나고 싶은 마음과 고교 졸업 후에 직장생활을 함으로 경제적으로도 안정되어 가족을 돕고 싶어 일반고 보다 실업고를 선택하게 되었다고 한다.
“S, 어떤 사람이 되고 싶니?”하고 물었을 때 “선생님, 전 행복하고 싶어요”하고 말했고, 이어 “행복이 뭘까?” 물으니 S는 “가족이 제자리에 있는 거요. 화목한 가족이요.”했다.
S에게 따뜻한 가정이 자신의 행복한 삶의 기준이 되어있는 것이 안쓰럽게 느껴진다.
S의 형은 동생이 비뚤게 나갈까봐 엄하게 대했고, 형은 대학을 졸업하고 임용고시 준비로 노량진 학원을 다녀 S와 함께 지낼 수 없어서 많이 미안해했지만 동생의 대한 걱정과 사랑하는 마음을 느낄 수 있었다.
S를 4회째 만나기 전날 그렇게 붙고 싶어 하던 포항제철공업고등학교에 합격했다는 소식을 전해 들었다. 다음날, 합격의 기쁨이 너무 커서일까 S의 얼굴 가득 웃음이 차 있는 환한 모습이다.
자신이 정한 하나의 목표가 해결되어서 그런지, 마음에 여유가 생겨 그런지 제 자리에서 자식을 위해 묵묵히 일하는 아버지의 고단함, 취직에 매진하는 형의 노력, 대학진학을 꿈꾸는 누나의 아픔 - 가족 모두의 모습이 S의 마음에 들어왔다고 한다.
자신 역시 그동안의 고생을 위로 받았다고 생각하게 되고 돈을 벌어 집안에 도움을 주고 싶어 대학교 진학은 생각하지 않고 있다고 했었다. 하지만 이후 상담실에서 실시한 진로 탐색·적성검사에서 재발견한 성향과 특기를 개발하는 것도 게을리 하지 않겠다며 고등학교에 진학해서 적응도 잘하고 공부도 상위권을 유지하도록 노력하고 대학진학도 신중하게 생각해보기로 약속했다. 대학교 진학에 긍정적인 태도로 조금 변화한 모습을 보였다.
그동안 말하지 못했던 자신의 과거와 속내를 드러냄으로써 자연스럽게 자기 안에서 치유가 이루어져가고 있었다. 마지막 날에는 상담실에 있는 화초를 만지며 “물먹고 싶대요.”한다. 그리고 “선생님, 여기에 어항이 있으면 더 좋겠어요.”라고 자신의 의견을 내놓기도 한다. 자연스러운 행동과 여유 있는 S를 보니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났다.
“한번 안아보자...... ”는 상담자에게 스스럼없이 안기면서 “이젠 더 열심히 살게요. 정말 고맙습니다”하며 정중히 인사를 하며 돌아섰다.
S야.
나에게도 널 만난 시간이 나를 돌아보는 의미 있고 행복한 시간이었어.
네가 혼자 버려졌다고 느끼던 그 시간에도 너를 아는 많은 사람들이 눈에 보이진 않지만 네가 잘 자라길 바란다는 것을 기억해라. 만약 또 다른 힘든 일이 네 앞에 나타나도 겁먹지 말고, 넌 할 수 있다는 걸 믿어라. 실패나 실수를 너무 무서워하지 말고! 너를 생각하면 입가에 미소가 번진다. 어디에서든 건강하고 열심히 지내렴. 널 응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