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대 총선에서 20년 만에 선거를 통한 3당 체제가 구축되면서 한국 정당문화에 새로운 지평이 열리게 됐다.
국민의당이 이번 총선에서 제3당의 지위를 굳건히 하면서 정당구조에 일대 변화가 예상되고 있다. 제3당이 총선을 통해 교섭단체를 구성한 사례는 20년 전 15대 총선 때 자유민주연합(자민련)이 마지막이었다. 그동안 새누리당과 더불어민주당으로 대변되는 양당 체제에서 극한대립을 반복하면서 정치의 후진성을 벗어나지 못했다. 국민은 두 당이 내놓은 정책을 양자택일할 것을 강요받아 왔다.
3당 체제가 온전히 구축되면 이 같은 정치의 후진성과 극한대립이 해소되는 새로운 국면이 펼쳐질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국민의당이 '캐스팅보트' 역할을 넘어 제 목소리를 낼 경우 양당 체제에서 굳어졌던 지역구도와 보수진보 등 이분법적 격돌 구도 역시 벗어날 전망이다.
하지만 과거 제3당이 가졌던 한계를 벗어나 영속성을 갖기 위해서는 국민의당이 호남이라는 지역 한계에서 벗어나야 하는 것은 물론 지역과 사람보다는 정책 중심의 정당으로 자리매김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안철수 국민의당 공동대표는 총선 전 기자회견에서 "3당 혁신체제로 바꾼다면 20대 국회는 커다란 세 가지 변화가 일어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안 대표는 3당 체제가 구축된다면 △타협의 정치문화가 만들어질 것이고 △국회는 담합이 아니라 혁신경쟁체제로 전환될 것이며 △책임정치가 획기적으로 강화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안 대표의 이 같은 계획이 현실화되기 위해선 해결해야 할 과제가 적지 않다. 무엇보다 호남이라는 지역적 한계를 벗어나야 한다. 이번 20대 총선에서 호남을 제외하면 지역구에서 소수의석을 얻는 데 그쳤다. 호남 자민련으로 전락하게 될 경우 제3당으로의 비중과 파괴력은 사라지게 된다. 때문에 외연 확장이 필수다.
또한 정권창출이 가능한 '수권정당'의 면모를 갖춰야 한다. 단순히 '캐스팅보트' 역할에만 만족할 경우 대선이라는 소용돌이 속에 살아남기 힘들다. 더불어민주당의 국민의당 흔들기도 이겨내야 할 과제다.
문재인 전 대표는 지난 9일 광주 무등산 입구에서 시민들과 만나 "국민의당은 안철수 대표를 제외하고는 호남 밖에서 당선될 사람이 한 명도 없다"면서 "호남이 바라는 것은 호남 내에서 당선되는 것이 아니라 호남에서 밀어주는 힘을 바탕으로 밖에서 정권교체를 이루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문 전 대표는 그러면서 "새누리당과 맞서 정권교체를 해낼 세력은 더민주밖에 없지 않나"라고 덧붙였다. 총선 이후 더불어민주당의 행보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하지만 국민의당이 '야권 심장부'인 호남에서 더불어민주당을 압도한 만큼 수권정당의 면모만 보여준다면 오히려 야권 내 권력재편에서 더불어민주당을 압도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국민의당을 제3당으로 우뚝 세운 1등 공신은 바로 비례대표 선거다. 국민의당은 20대 총선에서 비례대표 최대 14석을 얻을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역대 최고기록을 경신하게 됐다. 제3당의 비례대표 최고기록은 8석이다.
정당명부식 비례대표제가 도입된 2004년 제17대 총선에서 민노당이 비례대표 8석을 얻었고, 2008년 18대 총선에서는 '박근혜 정당'을 내세운 친박연대가 비례대표 8석을 가져갔다.
국민의당이 기존 최고기록인 비례대표 8석을 넘어 최대 14석까지 얻을 것으로 기대되는 것은 지역구 후보가 속한 정당과 비례대표가 속한 정당이 그만큼 일치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즉, 지역구는 지역상황과 인물에 따라 새누리당과 더불어민주당 후보를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면 비례대표만큼은 제3당인 국민의당을 선택한 것으로 분석된다.
국민의당 비례대표 돌풍은 기존 양당 체제에 대한 국민적 반감이 반영된 결과다.
여야 양당이 타협과 양보 없이 극한의 대립을 이어갔고, 때로는 이해관계가 맞으면 밀실야합을 서슴지 않았다. 국민을 위한 정치보다 정치를 위한 정치를 하고 있는 상황이다. 제3당의 출현은 이 같은 양당 체제의 폐해를 더 이상 참지 않겠다는 국민의 엄중한 경고인 셈이다.
실제 김성식 국민의당 최고위원은 총선 전 언론 인터뷰를 통해 "공천받는 데 혈안이 돼 의정활동 열심히 하고 타협 잘 하고 조정하고, 이런 데 열심히 할 이유가 없다"면서 "양당 구도는 지역과 이념으로 국민의 뜻을 반영하지 못하는 극한대결을 촉진하는 정치구도를 만들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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